가톨릭 범죄, 언론과 정치가 문제를 가리는 것인가?

2018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사의 참회 예식에서 가톨릭 교회 관계자가 아일랜드에서 저지른 학대와 성범죄의 은폐에 언급했다.

 

가톨릭 교회는 전 세계적으로 큰 신뢰와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종교 단체입니다. 그러나 최근 내부 문제, 특히 성 학대 사건들이 드러나면서 교회는 심각한 신뢰 위기에 처했습니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노력보다는 언론과 정치적 영향력을 통해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교회의 도덕성과 투명성을 심각하게 의심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교회가 운영하거나 연계된 언론이 문제를 덮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무겁게 다가옵니다. 바티칸의 공식 신문 로세르바토레 로마노는 성 학대 사건에 대한 심층 보도보다는 교회의 긍정적인 활동을 강조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가톨릭신문과 가톨릭평화방송 같은 매체들이 교회의 이미지 개선에 초점을 맞추며, 성 학대 사건과 같은 민감한 사안을 단편적으로만 다루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언론이 본래 수행해야 할 진실 보도의 역할을 외면하고, 오히려 권력의 은폐를 돕는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적 영향력 역시 이러한 은폐에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아일랜드와 포르투갈과 같이 가톨릭의 전통적 영향력이 강한 국가들에서는 성 학대 사건 조사가 지연되거나 방해받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아일랜드에서는 수십 년간 이어진 성 학대 사건들이 정치적 연계와 교회의 방어적 태도로 인해 오랜 시간 동안 침묵 속에 묻혔습니다. 포르투갈에서도 세계청년대회와 같은 대규모 행사가 교회의 문제를 덮는 데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피해자 지지 단체들이 “포르투갈에서 4800명이 넘는 어린이가 가톨릭 교회에서 성 학대를 당했다”는 메시지를 광고로 게재하며 항의했지만, 교회는 이를 충분히 직면하기보다는 축제의 성공에 초점을 맞춘 태도를 보였습니다.

 

특히, 성 학대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해 약속했던 기림비가 최근 백지화된 것은 교회가 여전히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줄 뿐 아니라, 교회의 책임 회피로 비춰질 위험이 큽니다. 진실이 은폐되고 정의가 실현되지 않는 환경은 교회의 도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며, 신자와 대중의 신뢰를 크게 약화시킬 것입니다.

 

가톨릭 교회가 신뢰를 회복하려면 지금이라도 문제를 직시하고,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며, 투명하고 철저한 구조적 개혁에 나서야 합니다. 언론과 정치적 권력을 동원해 문제를 덮으려는 시도는 단기적으로는 비판을 잠재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큰 비난과 도덕적 위기를 불러올 것입니다. 진정한 변화는 진실을 마주하고, 책임을 다하려는 태도에서 시작됩니다. 교회가 이 변화를 주도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