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중국 정부가 교황청과 협정 체결 후 처음으로 공동 승인해 안토니오 야오 슌 신부(가운데)를 주교로 임명했다. 중국 가톨릭 협회 트위터 화면 캡처.

 

종교 지도자를 국가가 임명한다는 소식, 이는 시대를 역행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종교는 본래 정치와 분리되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인데, 이제 국가의 승인 없이는 종교 지도자가 탄생할 수 없다는 사실은 매우 놀랍습니다. 최근 교황청과 중국이 주교 임명에 대한 합의를 연장했다는 소식은 이러한 우려를 현실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 상황을 방관하고 있다는 점은 실망스럽습니다. 그는 교회의 독립성을 지키기보다는 정치적 타협을 받아들이는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습니다.

교황청은 중국과의 협력을 "존중과 대화"라고 표현하지만, 그 존중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중국 정부의 탄압을 피해 숨어서 신앙을 지켜온 지하 교회 신자들에게 이번 합의는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이 목숨을 걸고 지켜온 독립적인 신앙이 이제는 정부의 승인을 받은 주교 아래서 이루어져야 한다니, 이것이 진정한 종교적 자유라고 할 수 있을까요?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점도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합의가 사실상 가톨릭 교회가 중국 정부의 요구에 굴복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주교 임명이라는 중요한 종교적 결정이 이제 더 이상 교회 내부의 문제가 아닌, 국가의 허락을 받아야만 가능한 일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교회의 독립성은 점점 더 약해지고 있으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대응은 신자들에게 깊은 실망을 안기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중국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과 같은 이슬람 국가들에서도 종교 지도자가 국가의 지도자로서 군림하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국왕이 종교적 권위까지 함께 가지고 있으며, 이란에서는 최고 지도자가 종교적 권위를 바탕으로 국가의 중요한 결정을 주도합니다. 이들 국가에서는 종교와 정치가 분리되지 않음으로 인해, 종교적 자유보다는 국가의 요구가 우선시되고 있습니다.

결국, 이번 합의는 종교가 정치적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종교는 본래 신앙과 도덕을 가르쳐야 하지만, 이번 합의는 종교가 정치의 일부로 변질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제 신앙의 자유는 중국 정부의 승인에 달려 있으며, 주교 임명 역시 더 이상 교회의 독립적인 결정이 아니라 국가의 통제를 받게 된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침묵은 많은 신자들에게 큰 실망을 안기고 있습니다.

이제 "종교 지도자를 국가가 임명한다"는 말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현실이 되었습니다. 정치적 타협 속에서 종교의 본질이 왜곡되고 있으며, 신자들은 그 결과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종교의 독립성이 어디로 갔는지, 그리고 신앙의 자유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봐야 합니다.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